공기 오염, 실외보다 실내가 더 심각하다!

By 한지안 기자

호흡은 양날의 검이다. 호흡으로 생존을  유지하기도 하지만, 나쁜 공기를 들이마시면 건강을 해치고 병을 일으킬 수 있다. 오염된 공기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암이나 천식이 생길 수 있으며 심혈관계와 생식기관이 손상되고 인지능력도 떨어질 수 있다.

미국은 ‘대기청정법’을 시행해 지난 수십 년간 대기오염이 대폭 정화됐지만,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미국 폐협회의 최신 ‘공기 질 보고서(State of the Air)’에 의하면, 미국인의 40%는 대기가 오염된 주(州)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지난 달, 미 시사월간지 ‘디 애틀란틱'(The Atlantic’은 미국 전역의 과학자, 정책 분석가 및 공중보건 발의자들이 모여 대기 물질을 논의하는 회담)을 시카고에서 주최했다. 토론은 자동차 배기가스와 석탄 화력 발전으로 오염된 공기가 일으키는 질병 예방을 위해 실외공기의 질 향상에 중점을 두었다.

Hsph.harvard.edu

그러나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의 위험 평가 교수 조셉 앨런(Joseph Allen)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대부분 학교, 가정, 직장에서 오염됩니다. 오염된 공기가 실내로 유입되어 실외보다 실내가 더 위험합니다”라고 말했다.

 

화학 오염물질

Unsplash | Andrew Butler

2013년 MIT 학자들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공장 및 기타 대기오염으로 매년 약 20만 명이 사망했다. 그중 5만 3천 명이 자동차 배기가스만으로 조기 사망했는데, 이는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1만 5천 명이 더 많은 수치다.

실내의 화학물질도 똑같이 해로울 수 있다. ‘미국환경보호국(EPA)’의 통계에 의하면, 실내 오염물질의 농도가 외부 오염물질의 2배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인은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90%이기 때문에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구의 천연가스 ‘헬륨’과 같은 일부 실내 오염물질은 건물의 갈라진 틈을 통해 실내로 침투할 수 있다. 소중한 호흡 공간을 보호하고, 납과 석면 같은 유전성 독소와 곰팡이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실내에 존재하는 독소는 대부분 사람, 바로 우리 자신들에 의해 유입된다.

현재 인류는 8만 2천여 종의 화학물질을 생산하지만, 그중 85%는 건강과 관련된 데이터가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학계는 건강을 위협하는 많은 실내 공기 오염물질을 밝혀냈지만, 대다수는 여전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청소용품이나 옷을 말릴 때 쓰는 건조기, 합성향료나 청결제 등도 해로울 수 있다. ‘환경 실무그룹(Environmental Working Group)’에 따르면, 인기 있는 공기청정제 ‘페브리즈(Febreze)’에도 호흡기 및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개인 공간 보호

하버드 건강 웹사이트 ‘Harvard’s For Health’가 발표한 실내 환경 건강 지침은 실내 제품을 선택할 때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화학물질을 3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1. 난연제(難燃劑, fire retardant)

건물 단열재 외에도 가구, 아동용 장난감, 자동차 시트  등에 사용된다. 이 같은 화학물질은 생식기관, 갑상선 기능 및 내분비계의 여러 기능을 방해할 수 있다.

2. 비접착도료(非接着塗料, Non-stick coating)

가구, 카펫, 의류, 취사도구 그리고 방유(防油) 및 방수 제품에 사용된다.

3. 가소제(可塑劑, plasticizer)

제품을 유연하게 만드는 화학물질 프탈레이트(phthalates)는 비닐장판, 인조가죽 등을 비롯해 특정 브랜드의 매니큐어, 헤어젤 및 로션과 같은 개인용품 제조에 사용되기도 한다.

건강을 위협하는 일반적인 실내 오염물질에는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미립자 물질 및 포름알데히드, 리모넨 및 벤젠과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등이 있다. 이러한 오염물질은 가정용 프린터, 청소용품, 개인 위생용품, 페인트 및 살충제 등에 함유됐을 수 있다.

하버드 대학의 ‘건강 건물 프로그램’ 담당자이기도 한 앨런 교수는 ‘실내공기의 질과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찾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라고 한다. 그는 “우리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구를 보다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함량은 낮고, 살충제를 함유하지 않아야 하며 난연제를 사용하지 않은 가구나 사무용품을 구매하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제품에는 공기에 영향을 미치는 가스를 방출하는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

 

환기

Unsplash | Matt Lamers

더욱 나쁜 것은 가정이나 학교, 사무실 등에서도 종종 독성 화학물질이 검출된다는 사실이다.

앨런 교수는 ‘환기가 되지 않는 현대 건축 방식으로 인해 실내공기가 나빠지는 것이 독성 화학물질이 검출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이전 세대의 건축가에게는 공기 순환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건축가들이 밀폐된 공간을 만들며 21세기에는 밀폐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 많이 노력했다. 이러한 설계 방식은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과 내화성을 높여 주지만, 필연적으로 공기 질을 떨어뜨려 ‘새 건물 증후군’과 같은 질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에너지와 건강 사이에서 우리는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사실 우리는 두 가지 모두를 고려해야 합니다”라고 조셉 앨런 교수는 말한다.

‘새 건물’은 오염물질이 집중적으로 실내로 유입되지만, 공기가 순환되지 않아 눈이 가렵거나 두통, 호흡곤란이 일어날 수 있다. 아침에 들른 커피숍 그리고 이 기사를 읽고 있는 곳까지, 거의 모든 실내 환경이 최소한의 환기 기준만을 적용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환기가 잘 되는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환경에 있는 사람보다 건강하고 능률도 높다고 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의 연구에 따르면, 환기가 잘 되는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더 조용하고 집중력이 좋아진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는, 환기가 잘 안 되는 건물에 사는 사람은 천식 및 호흡기 감염이 심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공기 질을 향상하는 방법

환경에 침투하는 많은 화학물질은 보이지도 않고 들을 수도 없다. 화학물질에 민감한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 사람은 실내공기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설혹 누가 아프더라도 그것이 실내공기의 질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앨런 교수는 실내공기를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간단한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환기를 잘 하고, 독성 화학 가스 노출을 줄이는 것 외에도 손을 씻고 신발을 벗고 실외 오염물질을 집으로 가져오지 않아야 한다.

또 다른 효과적인 방법은 공기 중의 입자에 덜 노출되는 것이다. 요리할 때 재료를 지지고 볶고 삶고 튀기면 미립자 물질이 생성된다. 따라서 앨런 교수는 후드 설치 및 미립자를 여과할 수 있는 고효율 필터(HEPA) 진공청소기 사용을 권한다.

그는 “일반 진공청소기는 이처럼 미세한 입자를 여과하지 못하며, 입자를 더욱 작게 부수고 분산시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했다.

다행히도 이러한 작은 움직임은 큰 결과를 이뤄냈다. 작년에 앨런과 그의 동료들은 ‘사고력과 정보 처리 능력에 미치는 실내 환경의 영향’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날마다 실내공기의 질을 조절한 다음 참가자의 인지 기능을 테스트했다. 실험 후 앨런은 “환경이 개선되면 인지 기능의 수준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