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트럼프 편지에 진짜 당황한 이유’

By 이 충민

그동안 ‘벼랑 끝 전술’을 자주 시도하던 북한이 크게 당황했다. 자신이 즐겨 쓰던 ‘벼랑 끝 전술’을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역으로 구사하자 급히 입장을 선회한 것.

공격적 태도를 보이며 회담 무산을 위협하는 ‘벼랑 끝 전술’은 북한의 전형적인 협상 수법이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과 밀고 당기기를 하며 원하는 걸 최대한 얻어 내는 양상이 수십 년 반복됐다.

과거 이전 6자회담 국면이나 미국 민주당 행정부 시절 통했던 이러한 전술은 이번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또다시 반복됐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다시 생각하겠다며 미국을 압박해온 것.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회담 취소를 통보해버렸다. 결국 북한은 몇 시간도 안 되어 한껏 부드러운 담화를 내놓았다. 사실상 항복 선언인 셈.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즉흥성으로 혼란을 일으켰다는 비판도 있지만, 오히려 트럼프식 벼랑 끝 전술이 북한에 통한 것으로 보인다.

아산정책연구원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그간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전개하면서 미국을 압박해 왔는데 트럼프 같은 경우는 ‘뛰어내리려면 뛰어내려 봐, 벼랑 아래에서 기다리겠다’는 식으로 대응해 김정은이 매우 당황했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몸값을 높이려고 써 왔던 기만술들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JUNG YEON-JE/AFP/Getty Images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북한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린 격”이라며 “(북한의) 볼턴을 날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그 일선에 나섰던 김계관이나 최선희가 숙청당할 수도 있는 상황까지 가버렸다”고 분석했다.

결국 전례 없던 스타일을 구사하는 미국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분석이 부족했다는 방증이다. 오히려 김 위원장은 미국에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을 명분을 주기 위해 외무성 고위관리 등을 숙청해야 할 처지까지 몰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북한으로부터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를 받은 것은 매우 좋은 뉴스”라며 “이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것”이라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