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죽음의 수용소’를 무너뜨린 한 통의 편지 (영상)

By 박미경 편집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 쉽게 포기한다. 나는 스스로 자신에게 죽었는지 물었다. 대답은 ‘노(No)’였다. 적어도 1초만 버텨보자. 그렇게 순간순간을 버티며 살아남았다.”

미국 오리건주에 사는 주부 줄리 키스(Julie Keith)는 2012년 할로윈 날, 장식을 정리하던 중 손으로 쓴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YouTube | Flying Cloud Productions

‘밴쿠버 통신’에 따르면, 이 편지는 ‘죽음의 수용소’로 알려진 중국 마싼자(馬山家) 노동교양소에 갇혀 있던 한 익명의 수감자가 영어로 쓴 것이다. 그는 편지를 쓴 다음 그곳 강제 노역을 당하며 제작하던 수출용 플라스틱 장식품에 몰래 끼워 넣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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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속엔 중국 노동교양소에서 일어나는 잔혹한 고문과 각종 인권침해를 폭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이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 달라는 당부가 있었다.

키스가 이 편지를 언론사에 제보하자 전 세계 언론은 편지 내용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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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중국 정부는 마싼자 노동교양소를 폐쇄할 수밖에 없었고 2014년 16만 명이 넘는 수감자들이 석방됐다.

편지의 주인공과 마싼자 노동교양소의 실상에 의문을 품은 캐나다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인 레온 리(Leon lee)는 영화 ‘마싼자에서 온 편지 (Letter from Masanjia)’ 제작에 착수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북미 최대 다큐멘터리 영화제 Hot Docs와 캐나나 다큐멘터리 영화제 DOXA에서 상영된 바 있다.

‘마싼자에서 온 편지’ 연출자 레온 리감독 (Epoch Times)

레온 리 감독이 중국 정부의 인권 침해를 고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 ‘휴먼 하비스트(Human Harvest, 2014년 피버디상 수상)’와 ‘블리딩 엣지(The Bleeding Edge, 2016)’를 제작 감독했다.

휴먼 하비스트는 중국 정부 주도하에 일어나는 파룬궁 수련자들의 장기 적출 및 장기 이식 사업과 파룬궁 수련자에 대한 박해 실태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리 감독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휴먼 하비스트로 인해 중국에서 기자와 반체제 인사로 구성된 지하 조직이 형성됐어요. 저는 이 조직에 오리건주에서 발견된 SOS 편지를 쓴 사람을 찾아 연락을 취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SOS 편지를 쓴 사람은 쑨이로 알려졌다. (Epoch Times)

당시 SOS 편지를 쓴 사람은 쑨이(孫毅)로 밝혀졌다. 쑨이는 조용한 성격의 엔지니어로 파룬궁을 수련한다는 이유로 마싼자 노동교양소에 감금됐다.

파룬궁은 중국 전통 기공 수련법으로 ‘진실(眞) ·선량(善) ·인내(忍)’를 기준으로 몸과 마음을 닦는다. 현재까지 중국 정부는 파룬궁 수련을 금지하고 있다.

폐쇄된 마싼자 노동교양소 (YouTube | Flying Cloud Productions)

쑨이가 리 감독과 연락이 닿았을 때는 이미 노동교양소에서 석방된 상태였으나 쑨이는 중국 정부의 감시와 보복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리 감독이 함께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어보자고 제안했을 때 그는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

리 감독은 “쑨이는 자신의 편지가 마싼자 노동교양소 폐쇄에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었어요. 만약 본인이 직접 그곳에서 겪은 일을 폭로한다면 훨씬 더 큰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믿었습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큐 제작은 처음부터 난항을 겪었다. 리 감독이 중국에 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제가 중국에 입국하면 아마 살아서 나올 수 없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다큐 촬영 위해 중국에 들어간 쑨이 (YouTube | Flying Cloud Productions)

리 감독은 쑨이에게 각종 촬영 장비 구매 자금을 지원하고 스카이프를 통해 촬영 기법을 자세히 알려줄 수밖에 없었다.

쑨이가 촬영한 파일을 리 감독에게 보내면, 리 감독은 피드백하고 다음 촬영 계획을 알려줬다.

노동교양소의 참혹한 실상과 쑨이의 구조 편지가 미국에 건너가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히 찍기 위해서 리 감독과 제작진은 쑨이가 그린 스케치를 기반으로 삼았다.

리 감독은 “우리가 영화 제작을 시작했을 때 쑨이가 자신의 스케치를 저에게 보여줬어요. 그 스케치는 저에게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석방된 이후 쑨이는 그곳에서 겪은 모든 일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림으로 남겨뒀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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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이는 마싼자에서 수년 간이나 갇혀 있으면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을 선택한 수감자들을 많이 목격했다.

리 감독이 쑨이에게 어떻게 버틸 수 있었냐고 묻자 쑨이는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 쉽게 포기한다. 나는 스스로 자신에게 죽었는지 물었다. 대답은 ‘노(No)’였다. 적어도 1초만 버텨보자. 그렇게 순간순간을 버티며 살아남았다”라고 대답했다.

리 감독은 이 대답에 크게 감명받았고 이후 쑨이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깊은 절망에 빠지더라도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그 어떤 불의에 직면하더라도 반드시 행동으로 이겨내야 합니다. 보잘것없는 행동처럼 보여도 뭐라도 해야 합니다. 이후에 그 ‘보잘것없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관련 영상.

Video Credit: Flying Cloud Produc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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